앞으로 삼성SDS, LG CNS, SK C&C를 비롯한 대형 SI(시스템통합) 업체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정보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듯 보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SW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2013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SI기업의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전면 제한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초강수입니다. 부자 정권이라는 비판에 시달리던 정부로서는 이런 조치를 통해 친서민 정부라는 이미지를 얻는 효과를 노린 듯 보입니다.
 
또 그 동안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재벌 기업들에도 따끔한 일침을 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전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정부는 “최근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에서 보듯이, SW를 중심으로 IT산업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정부는 선순환적인 SW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조치를 통해 SW 생태계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온 것은 국내 SW 산업이 재벌 계열의 SI 업체들에 의해 피폐해 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로 대기업 SI 업체들은 공공 및 민간 부문 정보화 사업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SW 업체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무리한 요구까지도 따르다가 점점 더 어려워진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 SI 퇴출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대기업 SI 업체 자체가 아닌 산업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형적 SW 유통 구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과 SI 산업은 분명히 다른 산업입니다. 둘 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점은 같지만 SW 산업은 완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점에서 제조업에 가깝고, SI 사업은 각 고객의 요구에 따라 그 때 그 때 맞는 SW를 개발하거나 조합한다는 점에서 서비스 산업에 가깝습니다. 단적으로 SW 업체들이 제품을 만들고, SI 업체들은 이를 조합해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는 영화라는 한 산업에 종사하지만, 전혀 종류의 산업인 것입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SI 산업에 대한 조치입니다. SW 산업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조치가 SW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SW 업체들 입장에서는 공공부문 정보화 프로젝트를 대기업 SI 업체 대신 중견기업 SI업체가 진행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대기업 SI에서 중견기업 SI로 바뀐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조치로 인해 중견기업 SI 업체들은 큰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중소 SW들은 달라질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공기관들이 SW를 직접 구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프로젝트 단위로 발주해서 모든 것을 책임질 SI업체를 선정합니다. SW 업체들의 1차 고객이 SI 업체가 된 것입니다.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에 대부분의 농민들이 땀 흘려 거둔 곡식과 채소의 제 값을 받지 못하듯 SW 업체들도 유통 구조 문제로 제 값을 받지 못합니다. 농민들의 판매가격을 높이기 위해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생겼듯, SW 산업도 직거래가 필요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를 위한 대책으로 ‘SW 분리발주’ 제도가 도입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대보다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SW를 분리해 발주 하랬더니 SW만을 모아서 통합 발주하고, 이를 SI 업체에 맡기는 식의 편법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발주자들은 공무원 인력의 한계와 책임소재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SI 업체에 맡기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만약 SW분리발주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면 중소 SW 업체들의 살림은 지금보다 훨씬 괜찮았을 것입니다.
 
또 하나 이번 조치로 우려되는 것은 중소SW업체들이 점점 SI업체화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당수의 SW 기업들이 생존의 문제로 인해 SI를 걸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SI 산업은 ‘인건비 따먹기’라는 말이 있듯이 인력 제공 대가를 받는 산업입니다. 연구개발에 투자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할 SW업체들이 눈 앞의 인건비 따먹기에 눈을 돌릴까 우려됩니다. 결국 이는 국내 SW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산 SW 기업인 날리지큐브의 김학훈 대표는 이번 정책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 집에 큰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꽃시장에서 여러 번 나무를 사와 심었는데, 다 죽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생명력이 아주 강한 고무나무를 심었는데, 그마저 죽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화원주인께 물어보니, 나무는 이상 없이 튼튼한데, 흙(토양)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계획된 여러 시행책은 나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토양에 시행책을 심으면 어찌 될까요?”
2011/11/01 11:45 2011/11/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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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지식경제부는 ‘한국형 스티브 잡스 육성 프로젝트 출범’이라는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국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뛰어난 SW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재능있는 학생을 100명 선발해 1년 3개월 동안 3단계 교육 및 검증과정을 통해 10명의 인재를 ‘국가 SW 마에스트로’로 선정하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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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기간 동안에는 장학금, 노트북, 외국 견학, 국내외 프로젝트 연수 등의 지원도 할 예정이며 10명의 국가SW 마에스트로에게는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한답니다.

뭐, 국가가 SW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SW인재를 육성한다는데 딴죽을 걸 일은 아닙니다만, 과연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10명의 ‘국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가 한국형 스티브잡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더더욱 의문입니다. 그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속단을 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속단을 한번 해 볼까요. 아마 저 10명의 마이스트로는 취업을 할 것입니다. 창업에 나서는 마에스트로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그 중 일부는 2~3년 안에 다시  취업 전선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국가 SW 마에스트로들은 삼성SDS, LG CNS, SK C&C,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NHN, 엔씨소프트, 넥슨 중 한 곳에 취업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영어 실력이 조금 받쳐준다면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하나의 취업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설사 취업이 아닌 창업에 나선 마에스트로가 있더라도 위에 언급된 회사 중 하나에 지독히 쓴 맛을 보고 창업을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이 SW개발자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0년이상 SW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국가SW마에스트로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10년 후에는 영업, 컨설팅, 관리 등으로 직업을 변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형 스티브 잡스 육성’이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입니다. 왜곡된 시장구조 안에서는 스티브 잡스를 1만명 육성해도 애플은 탄생하지 못합니다.

과거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빌 게이츠도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SW불법복제율 ▲SW개발사는 대형 SI업체의 하청업체로서만 존재하는 시장구조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 ▲ ‘무조건 싸게’를 외치는 고객 ▲SW개발은 3D 업무로 인식되는 현실 등 무수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컴퓨터 공학과나 전산학과는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과 중에 하나였습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공학(전산학과)는 공대나 자연과학대학 내에서 가장 경쟁률이 낮은 학과라고 합니다. 졸업해봐야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아무리 인재를 육성해봐야 그 인재는 왜곡된 산업구조 안에서 소모될 뿐입니다.

정부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직접 육성하기 보다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탄생시켰던 실리콘밸리의 산업구조를 한국에서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그것이 MB정부가 좋아하는 시장주의가 아닐까요.
2010/04/01 13:42 2010/04/01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