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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5 소수 엘리트가 IT산업 살릴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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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의 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라고 합니다. 엘리트 스포츠란 종목 저변이 약해도 소수 인재를 키워 올림픽 등 국제 대회 메달 획득을 노리는 성과지향적인 정책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핸드볼의 경우 국내에는 변변한 실업팀이 없을 때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다퉜습니다.

엘리트 스포츠의 가장 큰 장점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가 위상이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구도 많지 않고, 스포츠 저변이 탄탄하지 않음에도 올림픽에서 세계 10위에 오릅니다. 엘리트 몇몇의 성과로 인해 스포츠 강국이 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의 단점도 적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기본 학습이나 인성교육 없이 승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어렸을 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성인이 돼서 사회에서 설 자리가 적습니다. 최근 벌어진 승부조작 사태도 이런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폭력 등 인권침해에 노출되고, 성적지상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를 탈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고교 주말리그, 리틀 야구 등이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이는 스포츠 교육의 목표가 금메달 획득이 아니라 교육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도입된 것입니다.

IT미디어에서 엉뚱하게 엘리트 스포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정책이 엘리트 스포츠 정책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경제부는 24일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10명을 발표했습니다. SW 마에스트로는 지경부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는 포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로, 1년 2개월에 걸친 치열한 서바이벌 시스템에 따라 3단계 검증을 거쳐 최종 ‘SW 마에스트로’를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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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SW 마에스트로’는 지경부의 지원금 5000만원과 창업에 필요한 컨설팅, 자금, 공간 등 원스톱 창업지원 프로그램(3억원 상당) 등을 제공받게 됩니다.

이들이 국내에서 자랑할 만한 SW 인재임은 분명합니다. SW 마에스트로로 인증받은 유신상(27)씨는 교육 기간에 ‘2010 삼성 세계 바다 개발 챌린지(bada Global Developer Challenge)’ 1위와 ‘2010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동훈(23)씨도 노인복지SW를 제주도 3개 요양원 등 15개 복지기관에 시범 운영함으로 관계 기관으로부터 노인복지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과 닮아 있습니다. 정부가 소수 엘리트에 집중 투자해서 세계 무대에서 성적을 올릴 선수를 키워내겠다는 기본 사상이 같습니다.

어쩌면 이날 선정된 SW 마에스트로 중 누군가 제2의 스티브잡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지원 받는 창업자금으로 설립한 회사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세상을 들썩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 차례 거머쥔 한국 핸드볼 산업(?)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소수 엘리트가 성공했다고 해서 기반이 튼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는 엘리트 교육에서 탄생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튼튼한 미국의 IT산업 위에서 도전과 실패, 좌절과 성공을 반복하다가 정상에 우뚝 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세계 IT시장에 이름을 날릴 수퍼스타가 등장하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엘리트 교육으로 수퍼스타가 탄생한다고 해도 그것이 국내 IT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핸드볼처럼 말입니다.
2011/10/25 08:49 2011/10/25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