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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8 인터넷 규제, 기업자율에 맡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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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7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주최로 한양대학교에서 ‘인터넷 상의 허위정보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율규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연말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허위통신죄’가 위헌 판결을 받음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상의 마타도어나 흑백선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토론회의 결론은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 받아야 하며, 규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식으로 내려졌습니다.

논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상의 허위정보를 규제할 것이냐 말 것인지 ▲규제를 한다면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아니면 KISO같은 민간자율기구에 맡겨야 할 것인지 입니다.

이는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명백한 거짓말로 혼란을 일으켰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천안함 사태 직후 트위터 등에 ‘예비군을 소집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상황에서 ‘북한 공격이 아니며 남한의 자작극’이라는 허위 글을 올린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할 자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건국대학교 황용석 교수의 “허위는 부정직한 것이지 불법은 아니다”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허위정보가 국가적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이런 입장입니다. 정부는 지금도 인터넷에 허위정보가 넘쳐,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허위정보를 규제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까요. 현재 정부 및 한나라당은 대체입법을 통해 위헌 판결난 전기통신기본법의 빈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계획인 것 같습니다.  임동수 한나라당 의원 등 여당의원 10명은 4일 ‘전기통신기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개정안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파괴와 사회혼란을 유도’, ‘공공복리의 현저한 저해’를 목적으로 허위통신을 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의 경우 전기통신기본법이 위헌판결 받았던 요소를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또 위헌판결일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전기통신기본법이 ‘공익’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위헌 판결을 받았는데, 이 법 역시 ‘공공복리’ 등 명확치 않은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이 아닌 ‘자율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도 이 방향으로 내려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규제란 인터넷 업체들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으로,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이 자율적으로 허위정보를 제한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KISO는 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등 포털업체들이 구성한 기구로, NHN 김상헌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율’이라는 단어가 긍정적 어감을 주지만, 이는 서비스 제공자의 자율이지 이용자의 자율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에 올린 글이 법에 의해 차단되든, KISO의 정책에 의해 차단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어느 수준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을 법률이 아닌 민간기구에 맡긴다는 것도 어쩐지 이상합니다. 법률은 대의기관인 국회를 거쳐서 결정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KISO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얼핏보면 KISO에 의회의 권력을 넘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만약 전기통신기본법 대체 입법을 하지 않는다면, 허위사실이 포함된 인터넷 게시물도 합법이라는 말인데, 합법 게시물을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차단하거나 삭제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미네르바 사건에서 보듯 정권에 의해 법률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대체입법에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이니만큼 최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이 역할을 민간 단체에 위임할 것인지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011/02/18 16:30 2011/02/18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