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산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 산업은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영역에 속했습니다. 기업들은 DBMS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서버와 스토리지에 연결해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DBMS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DBMS 라이선스와 서버, 스토리지를 각각 사서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하드웨어 박스를 사면 그 안에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마치 각종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를 사듯 DBMS라는 하드웨어를 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글로벌 IT 트렌드를 이끄는 공룡 기업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IBM은 지난 9일 ‘퓨어데이터시스템(PureData System)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IBM은 이미 DB2와 인포믹스라는 전통적인 DBMS 소프트웨어 제품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새로운 제품을 표한 것입니다. 퓨어데이터시스템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서버와 스토리지, DBMS 소프트웨어 등이 통합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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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밀스 IBM 부사장은 이에 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계 단계에서 최적화하고, 전문가의 지식을 내장한 제품”이라며 “이를 통해 시스템 도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운영 및 유지보수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21세기에 어울리는 베스트 패키지”라고 설명했습니다.

IBM의 이런 행보는 최대 경쟁자 오라클을 벤치마크 한 것입니다. 오라클은 지난 2008년 ‘엑사데이터’라는 이름으로 박스형 DB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라클 오픈월드에서는 인메모리 DB 기능까지 탑재한 엑사데이터 신제품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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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최강자 SAP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SAP는 100% 인메모리 기반의 DB박스인 SAP HANA를 개발했습니다. 다만 SAP는 자체적으로 하드웨어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HP 등과 같은 외부 하드웨어 업체와 함께 DB 박스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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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 시장의 IT 트렌드가 기업용 IT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최적의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업체의 가치가 높아진 것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스로를 “디바이스 회사”라고 정의하는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은 “엑사데이타와 같은 엔지니어드 시스템은 애플의 아이폰 모델을 기업용 IT 시장에 반영한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앨리슨 회장은 고(故) 스티브잡스 애플 CEO와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앨리슨 회장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2 도쿄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직한 이후 나와 산책을 함께 하면서 MS, 인텔, HP 등이 함께 만드는 PC의 세계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의사결정도 늦으며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회사가 소프트웨어도 만들고 하드웨어도 개발하고, 온라인 서비스도 다루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었다. 스티브잡스가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결과 애플의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애플은 MS나 HP보다 더 적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훨씬 더 큰 업적을 이뤘다. 이것이 바로 오라클의 전략이다”

이런 오라클의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함에 따라 IBM, SAP와 같은 경쟁 회사들도 유사한 전략을 쓰게 된 것입니다.
2012/10/11 11:24 2012/10/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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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일) 한국오라클이 엑사로직의 한국 출시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해 9월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발표된 제품이 늦게나마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오라클 엑사로직은 일반적인 IT업체들의 신제품보다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IT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엑사로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통해 IT시스템의 완결성을 갖추겠다는 오라클의 전략을 담은 두 번째 제품입니다. 썬의 X86 서버 위에 리눅스(솔라리스)를 깔고, 그 위에 웹로직∙코히어런스∙제이로킷 등 오라클의 미들웨어 제품을 얹어 통합했습니다.

앞서 오라클이 발표한 엑사데이터2가 DB 머신이라면, 엑사로직은 미들웨어 머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엑사데이터, 엑사로직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솔루션은 시스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엑사데이터의 경우 인피니밴드를 도입해 디스크의 입출력(I/O) 속도를 극대화한 제품입니다. 엑사로직은 메모리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한 솔루션입니다.

애플리케이션 구동 시 속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메모리입니다. 엑사로직은 갑작스럽게 대량의 트랜잭션이 발생할 경우 유연하게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8개의 노드(서버)가 한 단위(쿼터)로 묶여있는데 각 노드의 경계를 넘어 메모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를 유연하게 관리함으로써 대량의 트랜잭션에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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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라클 엑사로직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바꿀 지도 모른다고 한 것은 엑사로직이 메인프레임과 유사한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IT산업은 메인프레임 시대(1980년대까지)에서 클라이언트/서버(1990년대)를 거쳐 웹 컴퓨팅(2000년대)을 거쳐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점점 분리됐습니다. 메인프레임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밀접하게 통합돼있었지만, 웹 컴퓨팅 시대에는 아무 하드웨어에 아무 소프트웨어를 연결해도 구동에 큰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는 하드웨어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하드웨어인지 몰라도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이용합니다.

그런데 엑사로직은 마치 메인프레임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하나의 통에 담겨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마치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라클은 다시 메인프레임 시대를 꿈꾸는 것일까요?

흥미로운 점은 오라클이 메인프레임 신화를 무너뜨린 일등 공신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유닉스와 오라클의 DB, BEA시스템즈의 애플리케이션 서버가 있었기에 IT산업은 메인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엑사로직이 메인프레임처럼 폐쇄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원한다면 오라클 제품이 아닌 DB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과거 메인프레임은 스케일-업(용량 증대)만 가능했지만, 엑사로직은 스케일 아웃(추가연결)이 가능하다는 점도 다릅니다.

하지만 엑사로직이 메인프레임과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메인프레임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에 활용됩니다. 고성능, 고효율, 고안정성 때문입니다. 엑사로직도 같은 기치를 내걸고 있습니다. 메인프레임과 다르다면 자바라는 오픈형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대량의 트랜잭션이 발생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중요한 업무, 그러면서도 처리량이 점점 늘어 향후 서버 용량의 한계가 걱정되는 업무라면 엑사로직이 매우 훌륭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라클이 3년전 DB머신 엑사데이터를 출시한 이후 데이터웨어하우징(DW) 시장은 급변했습니다. MS, IBM, HP 등이 잇따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인수했습니다. 그 전에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통합된 DW 어플라이언스는 존재했지만, 시장의 주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라클 엑사데이타 이후 DW 어플라이언스는 완전히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어쩌면 오라클의 미들웨어 머신 ‘엑사로직’이 성공을 거둔다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은 메인프레임과 유사한 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엑사로직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단점은 자바 애플리케이션만 구동된다는 점입니다. 은행의 코어뱅킹 등 핵심업무는 여전히 자바보다는 C와 같은 빠른 언어가 많이 이용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도 좀 안어울립니다. 오라클은 이 제품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 흔히 언급되는 클라우드 접근법은 아닙니다. 물론 아직 기업의 핵심업무를 클라우드로 구동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당장 이것이 엑사로직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듯 보입니다.
2011/08/10 17:03 2011/08/10 17:03
제가 오라클 오픈월드 2009의 관전 포인트로 4가지 중 하나로 꼽았던 HP 앤 리브모어 부사장의 기조연설이 끝났습니다.


전통적으로 HP는 오라클 오픈월드의 또다른 주인공이었습니다. HP는 오라클 오픈월드의 가장 큰 후원자였고, 파트너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리브모어 부사장은 오라클 고객과 파트너를 대상으로 더 이상 HP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45분이 주어진 그녀의 연설은 불과 15분만에 끝이 나 버렸습니다.

참관객들의 반응도 리브모어 부사장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리브모어 부사장의 연설은 오라클 찰스 필립스∙사프라 캣츠 공동 사장의 기조연설이 끝나자 마자 시작됐는데, 그녀가 무대에 올라오자 참관객들이 대거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출입구는 행사장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그 동안 그녀는 “지난 25년 동안 HP와 오라클의 공동 고객사는 14만개이며, 오라클 DB의 40%가 HP 시스템에서 돌아간다”고 외쳤지만,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참관객들이 리브모어 부사장을 등지고 출입구를 빠져 나가자 마자 만난 것은 오라클이 HP를 버리고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함께 만든 DB 머신 ‘엑사데이타 2’였습니다.
지난 해 같았으면 HP-오라클이 함께 만든 ‘엑사데이타 1’이 서 있었을텐데요.

물론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 것이 서버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 지 지금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면 고객들은 오라클이 썬을 인수했음에도 오라클 DB는 HP 머신에서 돌리길 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HP가 이처럼 외로워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2년전 마크허드 회장이 오픈월드 연단에 올랐을 때는 행사장에 들어오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던 기억이 납니다.
2009/10/13 22:29 2009/10/13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