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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월화수목금금금도 아니고, 야근도 안 합니다. 박봉도 아닙니다”

17년차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양병규 씨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SW 개발자는 당연히 야근, 주말근무, 박봉의 삶을 살 것 같지만, 그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양 씨는 그 무시무시하다는 SI(시스템 통합) 업체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SI 업계는 과도한 노동과 저임금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는 이 곳에서조차 ‘칼퇴근’합니다.

양 씨는 현재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투입된 S모 병원의 EMR 개발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EMR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를 고용했던 SI 업체는 이 시스템을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해외에 판매할 계획을 세웠고, 그는 이 프로젝트에도 투입됐습니다.

양 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행복한 직장인, 가족 구성원으로 살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물론 양 씨가 초보 개발자 딱지를 붙이고 있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 때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 잡히지 않는 버그를 잡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양 씨가 SW 개발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28세였습니다. 30대 중반만 되면 전업을 생각하는 SW 개발자들이 대다수임을 생각하면 28세에 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거의 미친 짓인 듯 보입니다.

심지어 그는 SW 개발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대학도 안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오디오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오디오 공장의 선배들을 보면서 비전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무작정 SW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SW를 전공자도 아니고, SW 개발 경력이 전무한 그를 채용할 회사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 책을 뒤져가며 비디오 대여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채용하는 회사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 팔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비디오 대여 업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막연히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아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처음 시도한 그가 비디오 대여 업무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잘 팔렸을 리는 만무합니다.

하지만 그는 독자적으로 프로그램 개발했다는 이력을 남김으로써 SW 개발회사에 취직할 할 수 있었고, 이후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그의 프로그램 실력은 조금씩 향상돼 갔습니다. 워낙 기본이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실패를 반복했지만, 그 속에서 경험이 쌓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그는 현재 전자문서 편집기 분야의 전문가가 됐습니다. 한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의 도움말을 만들다가 불편해서 도움말 저작 프로그램까지 만든 것이 시초가 됐습니다. 이후 이와 관련된 일을 맡으면서 전문성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그가 개발하고 있는 EMR도 결국 의사들이 환자 진료 내용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는 행복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SW에 대한 진정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자신합니다. SW 기획부터, 디자인, 사용기술 등 SW 관련 모든 것을 개발자가 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모르면서 자동차 엔진 개발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SW 개발자도 SW 전체를 알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전문가로 인정받고 나서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야근도 주말근무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사용자에게 더 좋은 것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스케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고 말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업무 안에서 이러저러한 요청을 할 때 개발자가 훨씬 더 좋은 방법과 기술이 있음을 제시하면 사용자는 개발자의 스케줄에 프로젝트를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양 씨는 “개발자들이 야근을 하는 이유는 정해진 기간에 주어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기획 자체가 내가 의도한 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문고리 다는 것만 아는 사람은 문이 아닌 벽에다가 문고리를 단다”면서 “SW 개발자들도 만들고자 하는 SW가 무엇인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 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위에서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고, 실패와 야근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초보 개발자 시절에는 야근을 하면서라도 배우는 것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나도 한 프로그램 만들어 뒤엎는 일을 10여 차례 하곤 했다”면서 “이 시기는 배우는 시기로, 자발적 야근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행복한 개발자의 삶’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다소 망설였습니다.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보일까봐” 나서서 이야기 하는 것이 꺼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SW 개발이라는 직업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다 박봉에 월화수목금금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후배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1/10/04 09:01 2011/10/04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