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프로젝트가 끝내 험한 꼴을 보고 말았습니다. WB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 사업이 한 정치인의 몽니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어제(8일)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에 배정됐던 개발예산 14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랩은 제이모바일, 가림정보기술과 함께 WBS의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을 담당해 왔습니다.

안랩 예산 삭감을 주장한 의원은 강용석 의원입니다. 아나운서 비하발언으로 입지가 약해진 그는 최근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해 왔습니다. 이번 예산 삭감 역시 이의 일환이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중요하다며 그토록 자랑해왔던 프로젝트가 한 무소속 의원의 작은 몽니에 이토록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WBS 프로젝트는 SW 마에스트로와 함께 이명박 정부 SW 산업 정책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번 예산삭감 사태는 지식경제부조차도 WBS 프로젝트에 큰 관심이 없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WBS는 처음에 굉장히 화려하게 등장한 정책입니다. 1년 연구개발비용으로만 수천억 원씩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SW기업도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정부가 국내 SW기업 연구개발비를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입안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은 WBS에 3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0년 1000억원, 2011년 3000억원, 2012년 4000억원, 민간투자유치 2000억원 등 총 1조원 투입해 그야말로 세계적인 SW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약속에 국내 SW업계는 흥분했습니다. 우수한 인력이 SW를 점점 떠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으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해 세계적인 SW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뿐이었습니다.

 실제로 WBS에 투입된 예산은 약속의 10분에 1에도 못 미쳤습니다. 정부는 SW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지만, 실제 정부 정책에서 SW 정책은 찬밥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상징이었던 WBS도 시나브로 존재감을 잃어갔습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국회 지경위 예∙결산 소위에서 강용석 의원의 주장에 대해 지경부 측은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14억원을 삭감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예산은 국회의 소관이기 때문에 부처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경부가 월드베스트SW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다면, 예산 삭감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은 분명합니다.

WBS 일환으로 안랩이 담당했던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 사업은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고, 결승점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습니다. 지경부가 예산을 이토록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WBS 예산 얻을려고 굳이 여야 의원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경부가 여당 의원만 설득했어도, 아니 안철수에 우호적인 야당 인사들에게 몇 마디만 건넸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물론 강용석 의원은 정치적 관점에서 안랩 예산을 삭감했고, 민주당도 정치적 관점으로 재논의를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얻은  것은 ‘정부가 말은 많지만 실제로는 SW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의 재확인입니다.

2011/11/09 14:34 2011/11/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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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철수 연구소 김홍선 대표(左) 한컴 김영익 대표(右)


지난 해 11월 대표적인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인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전방위적 사업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 협력을 통해 결합제품 출시, 기술개발, 온라인 공동 마케팅 등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두 회사는 밝혔습니다.

두 회사의 협력은 1세대 ‘국민벤처’끼리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IT업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제휴에 금이 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사실상 양해각서는 없었던 일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연구소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한컴 출신의 김수진 전무를 영입한 것입니다. 김 전무는 안연구소에서 전사통합 브랜드마케팅 전략 총괄, 제품 로드맵 및 전략 수립, 신선장 비즈니스 발굴 및 기획 등을 담당하게 된다고 합니다.

김 전무는 지난 2006년 12월 한컴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부임한 이후 제품 개발을 제외한 전 부문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지난 해 6월 프라임그룹이 셀런에 한컴을 매각하기 직전에는 대표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김 전무와 현재 한컴 경영진과는 매우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김 전무가 한컴의 셀런에스엔 유상증자 참여 등에 반대하면서 현 한컴 경영진의 눈 밖에 난 것입니다. 김 전무는 이를 대주주의 전횡이라고 봤습니다. 한컴 김영익 대표도 김 전무가 이런 김 전무가 예뻐 보일 리 만무할 것입니다.

이후 한컴 김 대표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기소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김영익 대표는 기소된 이후 김수진 전무를 대기발령 내는 등 사실상 해임했고, 이후 김 전무를 따르던 임원도 일부 퇴사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현재 한컴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온 김수진 전무를 안연구소가 영입했다는 것은 안연구소가 한컴 경영진과 등을 돌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안연구소도 한컴에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컴 대주주인 셀런 김명민 전 대표가 SGA와 한컴 매각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SGA는 최근 급부상하는 보안업체로, 지난 1~2년 여러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안연구소를 위협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만약 SGA가 한컴을 인수한다면 안연구소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컴이 가진 정부 및 공공기관, 학교 등에 대한 영업망을 SGA가 획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보보호 업체 입장에 보면 공공부문은 매우 큰 시장입니다. 안연구소는 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최대 보안업체로 성장했습니다.

한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부처에서부터 시골 지방자치단체까지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SGA가 한컴을 인수하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영업망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SGA가 한컴을 인수하면 안연구소는 한컴의 영업망과 경쟁해야 합니다. 아마 이는 안연구소로서도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지난 20년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표해온 두 회사의 미묘한 관계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 회사는 친구도 적도 아니었습니다. 친구가 되자고 새끼손가락을 걸었더니, 6개월만에 어느새 적이 될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비즈니스의 세계입니다.
2010/05/07 11:41 2010/05/07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