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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인 2008년 5년 동안 펼칠 IT 정책의 기조를 “정보화 ‘촉진’보다 ‘활용’”이라고 정했습니다. 정보화는 이미 많이 확산돼 있기 때문에 확산을 위한 투자는 줄이고, 이미 잘 구축된 인프라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뜻 들으면 괜찮아 보이는 정책기조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이 같은 기조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당시 정부 정책의 중심에 ‘활용’이 자리잡은 판단의 기저에는 ‘현재는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정부는 인터넷과 IT의 확산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지나치게 집중 했습니다. ‘IT를 잘 활용하자’는 정책 기조는 ‘부작용을 줄이자’는 정책기조로 흘렀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저작권이 강화, 보안 중심, 실명제 확산 등의 정책이 실현됐고, 사이버 모욕죄와 같은 법안이 추진됐던 것도 이런 정책 기조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는 IT산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이제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차기 정부입니다.

현재 유력한 후보 세 명의 IT정책은 어떨까요? 각 후보의 IT 공약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인터넷포럼(www.koif.kr 의장 안문석)은 대선후보에게 IT와 관련된 동일한 내용의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각 후보들은 서면을 통해 인터넷 정책과 비전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아래에서는 답변서 중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박근혜, 규제 일변도의 MB정부와 다른 정책 제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기조와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박 후보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국민 모두가 서로 연결하고,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와 같은 정부주도의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규제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났습니다.

또 무조건 저작권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이용(fair-use),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등을 지원해 비영리 목적과 교육 목적의 저작물 이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씁니다.
 
또 이런 ICT 정책 등을 통합할 ICT 전담부처를 설치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 부처는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공공정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박 후보는 밝혔습니다. (가칭) 공공정보의 민간활용에 관한 법를을 제정해 개방된 공공정보를 개인과 기업이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내에는 기상, 특허, 통계 등 일부 분야 외에는 민간활용을 위한 포괄적인 법적 근거와 절차가 없습니다. 이 법에는 개방의 대상정보, 신청절차와 처리과정, 비용, 저작권, 단일목록, 기술표준 등이 충분하고 투명하게 규정될 예정입니다. 이 법률을 통해 국민 누구나 공공정보를 활용해 편리하고 유익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박 후보는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정부 내에 통합의사소통시스템을 구축해 특정 정책과 관련된 각 부처와 담당기관들이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박 후보는 공약했습니다. 이 시스템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민간과의 협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문재인 후보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듯이 IT 및 인터넷 정책 분야 공약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문 후보는 신생기업 전용 모태펀드를 2조원 규모로 조성해 인터넷창업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창업자들에게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업자금이 조달될 수 있도록 하고, 창업에 필요한 법률지원, 마케팅지원, 지적재산권 보호 등 종합창업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워킹, 스마트진료, 스마트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분야는 인터넷 활용에 익숙한 20~40세대의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문 후보는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중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상생협력지수제도화, 대기업중소기업간 표준 하도급계약서도입, 정부∙공공부문의 소프트웨어 조달체계 전면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문 후보는 밝혔습니다.

이 외에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 열린 인터넷의 철학, 인터넷의 잠재적 가치를 국가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 등을 규정하는 ‘인터넷기본법’의 제정을 검토할 예정이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전략산업지원관을 둬 인터넷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후보, 구체적 기술까지 언급한 IT 공약 눈길

안철수 후보는 IT 기업가 출신답게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는 공약을 내걸어 눈길을 끕니다. 예를 들어 안 후보는 망중립성을 강조하며 인터넷 환경에서 혁신 서비스의 시장 진입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안 후보는 특히 대형 통신기업 및 인터넷 기업이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규제 및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통신사나 거대 포털 입장에서는 안 후보의 당선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액티브X 강요와 같은 국제 표준에 벗어나는 규제를 풀고, SW 가격 현실화를 위해 정부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외에 오픈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평생 IT 교육센터를 통해 정보화 소외 계층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적극 공개하겠다는 수준의 공약을 제시한 반면 안 후보는 시멘틱 웹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해 공공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다소 기술적인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정부가 생산한 여러가지 자료와 보고서들은 아카이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정부의 정책을 정부 CIO(최고정보책임자)를 구성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2/11/21 11:45 2012/11/21 11:45
지식경제부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프로젝트가 끝내 험한 꼴을 보고 말았습니다. WB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 사업이 한 정치인의 몽니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어제(8일)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에 배정됐던 개발예산 14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랩은 제이모바일, 가림정보기술과 함께 WBS의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을 담당해 왔습니다.

안랩 예산 삭감을 주장한 의원은 강용석 의원입니다. 아나운서 비하발언으로 입지가 약해진 그는 최근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해 왔습니다. 이번 예산 삭감 역시 이의 일환이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중요하다며 그토록 자랑해왔던 프로젝트가 한 무소속 의원의 작은 몽니에 이토록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WBS 프로젝트는 SW 마에스트로와 함께 이명박 정부 SW 산업 정책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번 예산삭감 사태는 지식경제부조차도 WBS 프로젝트에 큰 관심이 없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WBS는 처음에 굉장히 화려하게 등장한 정책입니다. 1년 연구개발비용으로만 수천억 원씩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SW기업도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정부가 국내 SW기업 연구개발비를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입안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은 WBS에 3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0년 1000억원, 2011년 3000억원, 2012년 4000억원, 민간투자유치 2000억원 등 총 1조원 투입해 그야말로 세계적인 SW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약속에 국내 SW업계는 흥분했습니다. 우수한 인력이 SW를 점점 떠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으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해 세계적인 SW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뿐이었습니다.

 실제로 WBS에 투입된 예산은 약속의 10분에 1에도 못 미쳤습니다. 정부는 SW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지만, 실제 정부 정책에서 SW 정책은 찬밥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상징이었던 WBS도 시나브로 존재감을 잃어갔습니다.

한 보도에 따르면, 국회 지경위 예∙결산 소위에서 강용석 의원의 주장에 대해 지경부 측은 “안철수연구소 관련 예산 14억원을 삭감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예산은 국회의 소관이기 때문에 부처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경부가 월드베스트SW에 조금 더 관심이 있었다면, 예산 삭감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은 분명합니다.

WBS 일환으로 안랩이 담당했던 ‘모바일 악성 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 사업은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고, 결승점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습니다. 지경부가 예산을 이토록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WBS 예산 얻을려고 굳이 여야 의원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경부가 여당 의원만 설득했어도, 아니 안철수에 우호적인 야당 인사들에게 몇 마디만 건넸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물론 강용석 의원은 정치적 관점에서 안랩 예산을 삭감했고, 민주당도 정치적 관점으로 재논의를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얻은  것은 ‘정부가 말은 많지만 실제로는 SW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의 재확인입니다.

2011/11/09 14:34 2011/11/09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