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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17 NHN이 대기업이 아니라는 착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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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 설립자인 NHN 이해진 의장<사진>이 “NHN은 대기업이 아니다”며 직원들의 각성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벤처 초심을 잃고 안이한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어서 네이버와 한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이해진 의장의 판단인 듯 보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통근버스 폐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출퇴근의 편의를 도우려고 도입된 통근버스가 직원들의 칼퇴근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듭니다만, 직원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일부 직원들은 최근 회사의 분위기에 실망하고 퇴사를 준비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해진 의장의 우려를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최근 NHN이 내놓은 서비스는 대부분 다른 서비스 모방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여전히 엄청난 매출에 어마어마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업체들의 압박으로 지쳐있고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 같은 국내 신생서비스의 성장도 턱밑을 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진 의장의 바람과 달리 NHN은 이미 대기업입니다. NHN의 2011년 매출액은 2조1474억 원, 영업이익은 6204억 원입니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15위입니다. NHN이 대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해봐야 소용없습니다. NHN은 대기업입니다.
 
이해진 의장이 직원들에 대한 실망감에 빠진 것은 대기업 직원들에게 벤처정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진 의장이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네이버컴을 설립했던 마음가짐과 현재 NHN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다릅니다. 현재 NHN 직원들의 대부분은 NHN을 통해 제2의 빌 게이츠나 스티브잡스, 하다못해 제2의 안철수가 되기를 꿈꾸며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공부해서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 NHN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해진 의장과 직원들의 괴리는 좁혀질 수 없고 결국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NHN은 대기업입니다. 이는 단순히 NHN의 규모가 크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과거와 달리 혁신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해 하버드대학의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교수와 마이클 오버도르프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은 논문에서 “대기업은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컴퓨터 회사인 애플이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개발한 것과 같이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혁신을 말합니다.
 
두 교수에 따르면, 대기업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 경영을 하는데,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은 파괴적 혁신을 막습니다. 프로세스를 벗어나는 것을 비효율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기업은 말단직원부터 고위임원까지 수익이라는 가치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수익이 불투명한 새로운 시도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두 교수는 지적합니다.
 
때문에 대기업은 파괴적 혁신 대신 존속적인 혁신을 꾀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존속적인 혁신은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좀더 좋은 제품(서비스), 좀더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최근 NHN이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든 것이 존속적인 혁신의 한 단면이라고 보입니다.
 
이해진 의장의 불호령은 “NHN은 왜 파괴적 혁신을 하지 못하는가”라는 인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논문에서 보듯 NHN이 파괴적 혁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NHN이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교수는 대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의 기업 문화 및 프로세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분사하거나, 파괴적 혁신 역량을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에서 가져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은 NHN에 입사하지 않고 제2의 이해진을 꿈꾸며 어딘가 골방에 처박혀 있습니다. 이들을 끌어오려면 현재의 NHN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현재 직원들의 복지 제도 줄이고 윽박지르는 것은 NHN이라는 직장의 브랜드 가치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2012/04/17 09:15 2012/04/17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