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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5 다중인격자들과 페이스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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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내가 다중인격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느 집단에서는 조직에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내성정인 성격인 반면, 어느 집단에서는 굉장히 사교성 좋은 성격으로 변신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시기 당시 학교에서는 매일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시끄럽게 떠들어서 교무실에 자주 불려 다녔었는데, 같은 시기 교회 친구들에게는 말 없고 조용한 학생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현재 디지털데일리에 다니기 전에 다른 직장을 몇 군데 다녔었는데, 어느 직장에서는 매일 선후배와 몰려다니면서 술마시고 노는 활발한 성격인 반면, 또 어떤 직장에서는 옆자리가 아니면 저의 존재자체를 기억하기 어려운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속해 있는 조직과 집단에 따라 여러 인격을 보인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처럼 상황과 조직에 따라 다른 인격을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인이 알고 있는 ‘나’와 회사 동료가 알고 있는 ‘나’, 인터넷 동호회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는 전부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이 제 글에 “심 기자님이 이런 분인지 몰랐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저의 우스꽝스러운 여행 사진에 단 댓글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마 이 사진을 본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각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저와 친한 친구들은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취재활동 과정에서만 저를 만나신 분들은 “쟤가 저런 애였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페이스북의 특징은 여러 집단의 사람에게 하나의 인격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 중에는 사적인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도 있고, 취재과정에서 알게 된 취재원도 있고, 와이프도 있습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비춰진 모습을 모두 함께 보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이 모든 집단에 각기 다른 인격을 보여줬는데, 페이스북에서는 하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포춘’ 전 기술담당 기자였던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이 집필한 ‘페이스북 이펙트’을 보면,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인간이 단일한 아이덴티티(인격)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책에서 “회사 동료에게 보이는 당신의 이미지와 친구들이 느끼는 당신의 이미지가 다른 시대는 아마도 머지 않아 끝날 것”이라거나 “자신을 나타내는 데 두 개의 아이덴티티를 사용한다는 말은 진실하지 못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또는 “현재 우리 사회의 투명성 수준은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아이덴티티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커크패트릭는 “주커버그와 동료들은 사람들이 항상 일관성있게 행동하고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리는 편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리라고 믿었다”고 전합니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마크 주커버그는 단순히 인터넷 서비스 운영을 넘어 인간의 다중성이라는 본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싸이월드는 인간이 다중 인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1촌을 그룹별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예입니다. 똑같은 1촌이라도 1촌 그룹을 설정하면 싸이월드에서는 특정 1촌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나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가 처음부터 이런 기능이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들이 이런 기능을 요구했기 때문에 추가된 것입니다.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의 다중인격 요구를 수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는 둘다 SNS를 표방하고 있지만, 기저의 가치관은 이처럼 매우 다릅니다.

현재는 페이스북의 가치관이 인터넷 세상에서 통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집단의 친구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쾌락(?)이 언제까지나 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영국의 과학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리타 카터(Rita Carter)는 ‘다중 인격의 심리학(2008)’에서 “인간은 누구나 마음 속에 여러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하나로 통합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고 말합니다.

때문에 미래의 페이스북의 운명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 다중 인격과의 싸움에 달려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직 페이스북에서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저 같은 수많은 다중인격자들은 페이스북이 ‘투명한 인격’을 강요하는 것에 지쳐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 글 하나, 사진 한 장 올릴 때 200명 가까운 친구들을 상기하면서 모두가 봐도 괜찮은 것인지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누구나 봐도 되는 내 모습, 포장된 내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특정 그룹과만 페이스북 친구를 맺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이런 현상은 지금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1/04/05 13:32 2011/04/05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