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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9 이스트소프트,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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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스트소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혹시 ‘이스트소프트’라는 회사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십니까. 그래도 ‘알약’이나 ‘알집’ 등 이 회사의 제품이름은 익숙할 것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무려 17년이나 된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안철수연구소보다도 법인 설립은 2년이나 앞섭니다. 그런데 회사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또 안철수, 이찬진, 이해진, 이재웅씨 등 벤처 열풍 시절의 창업자들이 유명세를 떨친 것과 달리 이스트소프트의 김장중 대표는 그에 비해 유명하지 못합니다.

20대 초반에 창업해 IMF와 IT거품 시대를 견뎌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킨 점을 생각하면 꽤 스타성이 있을 법 한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다고 이 회사가 별 볼일 없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해 매출 243억, 영업이익 75억을 기록했습니다. 크지 않은 매출이지만,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시작해 이 정도 수준을 달성한 회사는 손 가락 안에 꼽을 정도입니다. 건실한 중소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스트소프트의 사업 방향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다양한 사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무리한 영역확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스트소프트는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업체로 규정하지만, 온라인 게임,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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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 회사의 최대 수익원은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카발 온라인’입니다. 2009년에 카발 온라인의 글로벌 서비스로 거둬들인 매출은 100억 원이 넘습니다. 올해에는 하울링쏘드라는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중 온라인 게임 사업을 병행하는 기업은 이스트소프트가 유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인터넷 웹 하드 서비스의 일종인 ‘비즈하드’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즈하드는 이 회사의 구축형 웹하드 솔루션인 인터넷디스크를 온라인 서비스화 한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구글, 애플이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입니다. 어찌 보면 무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측은 “구글.애플이 우리 동네 치과 광고까지 할 수는 없다”면서 “스마트폰의 위치인식 기능과 지역기반의 광고를 연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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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전통적인 SW사업을 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스트소프트의 대표 제품은 여전히 압축 유틸리티 프로그램인 ‘알집’입니다. 알집은 아래아한글, V3 등과 함께 국민 소프트웨어로 손꼽힙니다. 알집을 시작으로 몇 년 전에는 알약이라는 히트상품도 내 놓았습니다. 알약은 바이러스 및 악성코드를 검사∙치료하는 통합보안 소프트웨어입니다. 알집, 알약과 이미지뷰어 ‘알씨’, 음악 플레이어 ‘알송’, 동영상 플레이어 ‘알쇼’ ‘알툴바’ 등을 모은 알툴즈라는 통합 패키지 SW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도 신제품 출시, 버전 업그레이드 등을 여전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외에 이스트소프트는 올해 안에 새로운 제품을 두 개 더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회사측은 “매우 획기적인 제품일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300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이스트소프트가 사업을 너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가운데 어제(28일) 김장중 대표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김 대표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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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스트소프트는 품질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핵심역량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모델을 다양하게 만든 것뿐입니다. 한국에서 (개인용) 소프트웨어 판매라는 수익모델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설명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정된 연구개발인력으로 여러 종류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 영업 및 마케팅 인력도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단기적으로 보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저희는 각 사업에서 당장 큰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각 사업들이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수준만 된다면 족합니다. 예를 들어 하울링쏘드는 지금 현재만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만족합니다. 앞으로 일본 등 해외진출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점점 늘어갈 것이고, 각 사업들이 조금씩만 성장해주면 회사 수익도 커질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돌아보니 이스트소프트는 항상 천천히 움직여왔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PC사용자가 사용한다는 알집을 보유하고도 수익을 내기 위해 조급해 하지 않았습니다. 알툴즈에 내장된 광고 수입이나 공공기관, PC방 등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모습이었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돈 벌기를 포기한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IT업계에서 17년을 버텨온 인물입니다. 그야말로 수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을 것입니다. 이스트소프트가 지금에야 번듯한 코스닥 상장사이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구멍가게 수준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멀리보고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최근 티맥스소프트가 조급하게 운영체제 사업을 진행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생각한다면, 이스트소프트의 태도가 오히려 현명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07/29 15:07 2010/07/29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