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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5 HWP 공개가 쇼?...한컴 “표현상 오해” (3)
  2. 2009/11/24 보안경고가 보안을 망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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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가 지난 주 HWP 문서형식을 공개했다는 뉴스를 들으셨나요? (관련기사 한컴, HWP 파일포맷 공개…국가표준 추진 )

그런데 인터넷 상에 이에 대한 논란이 좀 있군요. “한컴이 HWP 문서형식을 공개했지만, 자유롭게 쓸 수 없도록 해 사실상 공개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진원지는 오픈웹입니다. 오픈웹 김기창 교수(고려대)는 블로그에서 “한컴이 내세운 조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왠지 실망스러운 느낌이 든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관련 블로그 포스트 한/글 문서파일 형식 ‘공개’ ?)

김기창 교수의 지적은 아래와 같은 한컴의 저작권 명시로 인해 HWP를 이용하려면 한컴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 문서에는 (주)한글과컴퓨터의 특허, 출원특허, 상표권 등의 지적재산권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본 문서는 이러한 지적재산권의 자유로운 사용을 허용하는 목적을 가지지 않으므로 해당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용권은 반드시 (주)한글과컴퓨터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오픈’이란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하는데, 한컴은 허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오픈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위 조항에서 ‘한글과컴퓨터에 문의하라’는 대목에서는 허락을 요구하는 것 같이 이해됩니다.

그런데 HWP 파일포맷은 과거에도 한컴의 허락을 받으면 이용할 수 있는 문서형식이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그룹웨어에서 한컴의 문서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그룹웨어 솔루션 업체들이 한컴의 허락을 받고 HWP 문서형식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한컴에 따르면, 문서형식 공개 이전에도 삼성 훈민정음과 MS 워드를 제외한 다른 소프트웨어가 HWP를 이용하는 것은 언제나 허가해 왔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허락만 받으면 이용할 수 있었는데, 문서형식을 오픈한 이후에도 ‘허락’을 받게 하려면 “뭐 하러 오픈했냐
는 소리가 당연히 나옵니다. 문서형식 공개는 쇼에 불과하다”는 소리도 들릴법 합니다.

이에 대해 한컴측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한컴이 요구하는 것은 ‘허락’이 아니라 ‘통보’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누가 HWP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수준일 뿐 누구나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컴측은 주장합니다.

한컴은 다만 ‘악의적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을 명시해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래는 한컴측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공개된 HWP를 이용해 한컴의 제품인 것처럼 아래아한글 2012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HWP 편집기임을 앞세워 악성코드를 함께 유포하거나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행위들은 한컴의 명예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악의적 이용이 아니라면 경쟁사를 비롯해 누구나 HWP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이용에 대한 제약은 하지 않습니다.”

사실 MS가 공개한 문서에도 유사한 저작권 조항이 있습니다. 앞서 봤던 한컴의 저작권 조항은 MS의 이 조항(아래)을 참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Microsoft may have patents, patent applications, trademarks, copyrights, or other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covering subject matter in these materials. Excepts as expressly provided in the Mirosoft Open Specification Promise and this notice, the furnishing of these materials does not give you any license to these patents, trademarks, copyrights, or other intellectual property.

다만 한컴은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저작권 문구를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컴이 어떻게 수정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군요.
2010/07/05 14:34 2010/07/05 14:34
최근 유행하는 ‘넛지(Nudge)’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넛지는 원래 ‘옆구리를 쿡 찌르다’라는 동사입니다. 하지만 시카고 대학 캐스 선스타인 교수와 리처드 탈러 교수가 공동 집필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라는 책이 등장한 이후 ‘어떠한 선택을 유도하는 힘’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힘이자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이 바로 넛지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에게 어려운 수술을 권유할 때  “이 수술을 받은 100명 가운데 9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 환자가 수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수술을 받은 100명 가운데 10명이 5년 안에 사망했습니다”라고 말하면 환자가 수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0명 중 90명이 살아남은 것이나 100명 중 10명이 사망한 것은 같은 사실(fact)인데도,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제가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책의 한 대목 중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5장 ‘선택 설계의 세계’에서 어떤 피드백이나 경고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죠.

디지털카메라는 사진 찍을 때마다 방금 전에 찍은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필름 시대에 흔하게 일어나던 오류, 즉 필름 제대로 끼우지 못하는 것, 렌즈 뚜껑 여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사진 중앙에 있는 인물의 머리를 잘라버리는 것 등의 오류가 사라졌습니다.

노트북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전원을 연결하라는 경고도 사람들이 열심히 작성한 소중한 자료를 허공에 날리지 않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저자는 경고 시스템이 피해야 할 주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고를 너무 많이 제공해서 사람들이 특정 경고를 무시하게 만드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소프트웨어 및 웹의 세계에서는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고를 너무 많이 해서 사람들이 경고를 무시하게 된 것 말입니다.

이메일 첨부파일을 열 때 컴퓨터는 정말 파일을 열 것인지 물어봅니다. 혹시 바이러스나 악성코드가 첨부된 파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예’를 누릅니다.

국내에서 특히 문제가 된 액티브엑스컨트롤도 이와 유사한 사례입니다. 인터넷 뱅킹을 하다보면 귀찮을 정도로 많은 보안 프로그램이 액티브엑스를 통해 유포됩니다. 웹브라우저는 우리에게 바이러스 및 악성코드를 주의하라며, 액티브엑스 설치여부를 묻습니다.

하지만 역시 반복되는 경고는 무조건 ‘예’를 누르는 습관만 기를 뿐입니다. 이 같은 문제는 오픈웹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고려대 김기창 교수의 ‘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에서 자세하게 지적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윈도7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윈도7의 사용자계정컨트롤(UAC)도 비슷한 결과만 낳고 있는 듯 보입니다. ‘다음 프로그램이 이 컴퓨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반복되면서 부조건 ‘예’를 누르게 됩니다.

넛지의 저자들이 “경고 시스템이 피해야 할 주요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그대로 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소프트웨어나 웹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우리는 보안우려에 대해 경고했으니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의 접근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용자들의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09/11/24 11:10 2009/11/24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