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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8 티맥스소프트가 국내 SW업계에 남긴 것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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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소프트가 본격적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채권단은 앞으로 티맥스소프트에 대한 실사작업을 거쳐 구체적인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티맥스소프트의 워크아웃은 국산 SW 업계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 부사장은 티맥스소프트의 실패에 대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5년 정도 후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가 이런 비난을 하는 이유는 티맥스가 국산SW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국산 SW는 언제 도산할 지 모르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티맥스가 증명했다는 것입니다. 티맥스 때문에 앞으로 국산 SW의 영업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 그의 인식입니다.

사실 티맥스마저 무너지는 판에 다른 국산SW를 이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품을 샀는데,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가 중단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티맥스가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으면 WAS 유지보수만으로도 운영이 되는 회사였는데, 무리한 욕심을 부리다가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티맥스소프트는 다른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과는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티맥스가 앞뒤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영역에 진출하면서 다른 국산SW업체들과 적대적 관계가 됐지만,  티맥스의 성공은 다른 SW업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던 것이 사실입니다.  티맥스는 일부 국산 SW업계 종사자들의 롤 모델 역할을 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티맥스의 모델은 실패로 귀결됐습니다. 우리는 이 실패로부터 새로운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티맥스의 실패에서 배울 교훈은 무엇일까요. 한 글로벌 SW업체 관계자는  '핵심역량과 제품중심'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했습니다.

티맥스처럼 무리하게 수평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고객이 요구한다고 무조건 커스터마이징과 시스템 통합에 나서지 말고, 제품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국내 SW업계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 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매우 드믈지요.

티맥스의 워크아웃 소식과 함께 전달된 EMC의 그린플럼 인수 소식은 SW 기업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린플럼은 미국의 분석용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문기업입니다. 스토리지 기업 EMC는 어제(7일) 그린플럼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린플럼은 글로벌 차원에서는 신생 벤처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직원은 140여명에 불과합니다. 티맥스의 직원이 한 때 2000명에 달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이같은 소규모의 회사이지만 국내에 삼성생명, 한화손해보험, 제일화재 등 굵직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무소의 직원은 2~3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그린플럼과 티맥스의 매출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린플럼이 내세우는 제품은 데이터웨어하우스(DW) 어플라이언스입니다. 이 시장은 테라데이타, IBM, 오라클 등 유명한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그린플럼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DW 어플라이언스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틈새를 잘 파고 들었습니다.

티맥스가 범용 관계형 DBMS로 오라클과 맞짱을 뜨겠다고 외치는 것이나, PC 운영체제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물리치겠다고 나서는 것과는 다릅니다. 같은 데이터웨어하우스 시장을 공략하더라도 다른 접근방법을 취함으로써 스스로의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티맥스는 똑 같은 제품으로 가격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었습니다.

그린플럼은 결국 EMC라는 큰 기업에 고가에 인수돼 성공을 거뒀고, 인수된 이후에도 독립적인 사업부로 남아 계속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린플럼과 티맥스가 걸어온 길을 비교하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은 공짜 유지보수와 과도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통합까지 요구하는 고객, 갑을병정 상하관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또 해외에서도 한국SW에 대한 신뢰가 전혀없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장 눈앞의 매출과 고객을 위해 티맥스가 취한 유사한 방식을 또 취한다면 결국 잠시 성공처럼 보여도 종국에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티맥스로부터 배웠습니다.
2010/07/08 15:03 2010/07/08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