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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3 허술한 법률적 잣대… 네이버를 ‘괴물’로 만든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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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에 ‘살인사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가정해봅시다. 경찰은 동영상을 올린 이가 범인이거나 목격자라고 보고, 네이버에 게시자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합니다.

이 때 네이버는 살인사건의 범인이거나 목격자일 수 있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현재 법률은 매우 모호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제83조 3항>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표현은 따라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애매합니다.  

최근 법원은 이런 상황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지난 18일 네이버가 회원 차모씨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경찰에 제공했다며, 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차씨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환영 장면 중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유 전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인물입니다.
 
차씨는 네이버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약관상의 약속과 달리 개인정보를 경찰에 유출했다며 네이버를 고소했습니다.

법원은 전기통신사업자법에서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표현이 꼭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의 위법성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인터넷사업자의 재량 행위라는 해석은 국가기관에 의한 정보제공 요청이 갖는 사실상의 강제력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로서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 제공요청이 있더라도 구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취지와 원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조화롭게 판단하여 수사기관에 대해 원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제공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무리 경찰의 요구라 할지라도 포털은 개인정보를 함부로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판결입니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법원의 이런 의지는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사법기관이 포털에 회원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포털이 어떤 경우에 응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응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네이버가 거절하는 것이 옳을까요?

네이버는 한낱 사기업에 불과합니다. 경찰과 검찰과 같은 국가기관의 요구에 네이버가 거부할 권리를 갖는 것은 과도합니다. 법률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을 가진 경찰이나 검찰보다 네이버의 판단이 우선한다는 것도 역시 말이 안됩니다.
 
네이버 공화국을 만들어줄 작정이 아니라면, 네이버의 판단보다는 국가기관의 판단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상의 편의만을 앞세워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이 같은 권력의 남용은 마땅히 제한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제한하는 수단이 네이버의 자의적 판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국가기관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검찰이나 경찰이 포털 사이트에 회원정보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도록 하는 식의 프로세스가 보강될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은 네이버에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자, 동시에 사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2012/10/23 13:59 2012/10/23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