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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1의 흥미로운 점 하나는 HP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HP는 지난 해까지 오라클 오픈월드의 주요 후원자였고, 오픈월드의 기조연설에 HP의 주요임원이 항상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오픈월드에는 HP의 임원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하지 않았고, HP는 행사의 후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HP는 단지 전시부스만 열었을 뿐입니다.

이는 더 이상 오라클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HP의 분명한 선언으로 해석됩니다. 지금까지 HP 입장에서는 오라클이 가장 주요한 파트너였지만,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이후 독자 노선을 걸음에 따라 HP도 오라클과의 이별을 공식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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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오픈월드 2011 스폰서 명단에서 사라진 HP


오라클은 썬마이크로인수 이후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대응 제품의 라이선스 계수를 두 배로 올리고, 앞으로 아이태니엄 대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버보다는 DB가 벤더 락 인(Vender Lock-In, 특정 벤더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합니다. 특정 서버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 DB를 바꾸는 것보다는, 특정 DB를 사용하기 위해 서버를 바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점이 HP를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HP가 DB 분야에서 직접 경쟁력을 갖거나 오라클에 대적할 새로운 DB 파트너를 찾지 못한다면 HP의 서버 비즈니스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HP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 가운데 일본HP의 움직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HP이 올해 ‘타도 오라클’을 위한 비책을 내세운 바 있는데, 이 비책이 통한다면 국내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HP는 지난 4월 ▲‘락 릴리즈(벤더 락 인을 벗어나는 것) 지원 서비스’와 ▲‘DB 개혁 추진 동맹’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이 두 정책은 노골적으로 오라클을 겨냥한 것입니다.

‘락(Lock) 릴지즈 지원 서비스’는 기업들이 오라클이 아닌 다른 DB로 이전하기 쉽도록 체질을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라이센스 다이어트 평가 ▲SQL 표준화 평가 ▲데이터베이스 포트폴리오 평가 ▲HP 데이터베이스 마이 그레이션 등 4개의 세부 서비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HP는 오라클 라이선스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오라클 고유의 기술이 아닌 표준 기술을 이용토록 해 다른 DB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또 오라클에서 다른 DB로 이전할 때 가장 알맞은 DB가 무엇인지, 견적은 얼마나 나오는지 컨설팅하고, 마이그레이션을 직접 진행해주기도 합니다.

일본HP는 이처럼 기업들이 오라클을 벗어날 수 있는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과 함께 반(反) 오라클 동맹을 구성했습니다. 이 동맹에는 엔터프라이즈 DB(프로그레SQL), 히타치(HiRDB), 일본MS(SQL 서버), SAP재팬(HANA), 일본사이베이스 등의 DB 공급업체가 참여했습니다.

오라클을 둘러싸고 HP와 DB업체들이 포위망을 싼 것입니다. 최근에는 DB공급업체 이외에도 6개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이 동맹에 참여했습니다. 히타치 솔루션즈, 이토츄 테크노 솔루션즈, 일본 유니시스, NTT데이터, TIS, 도시바 솔루션 등 일본의 유력 SI업체들입니다. 이들은 앞으로 기술•마케팅 정보의 공유, 데이타베이스 표준화의 추진, 세미나의 공동 개최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는 일본 시장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한국HP는 아직 이런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HP는 한국MS나 티베로 등과 공동으로 시장 공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본HP처럼 대대적인 동맹을 맺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HP가 어떤 성과를 거두냐에 따라 국내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HP가 처음 기대한 성과를 거둔다면 이 전략은 한국 및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HP가 오라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2011/10/11 12:55 2011/10/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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