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을 하던 한 친구의 수년 전 이야기입니다. 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이 친구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고향도 아닌 낯선 지방의 조그만 마을로 내려가더니 지역 언론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지방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 없는 서울중심의 뉴스만을 보게 된다. 지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언론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그가 서울을 떠난 이유입니다.

그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한 2년간 열심히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이 지역신문사는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고, 지역민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소식통 역할을 쏠쏠히 잘 해냈습니다.

그런데 그는 2년만에 돌연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내려갈 때의 포부를 뒤로 한 채 서울의 한 인터넷 언론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왜 돌아온 것일까요?

그는 "지역은 좁은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생활의 비익명성이 나를 괴롭혔다"고 토로했습니다. 2년간 지역 구석구석을 취재다녔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그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맥주 한 잔을 하려고 호프집에 자리를 잡아도 술집주인을 비롯해 손님 중에 아는 사람이 몇몇 있고, 찜질방에서 코를 골며 잠들어도 어느 신문사 누구 기자가 코를 심하게 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서울에 있는 여자친구라도 놀러오면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는 "익명성이란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필수적 요소임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사는 곳, 직업, 이름, 나이 등이 적힌 명찰을 달고 산다고 생각해 봅시다.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몰래 버리거나, 운전중에 얌체같이 끼어들기는 절대 불가능할 것입니다. 금연 장소에서 모른 척하고 담배를 피우거나 지하철에서 입벌리고 잠들어도 모두가 내가 누군지 알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시민들을 관리하기가 쉬워 좋겠지만 시민들은 단 순간의 자유도 허락받지 못할 것입니다.

실제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명찰을 달게 하는 것도 선생님들이 관리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명찰을 달게 하자고 하면 어마어마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아마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전국민 명찰달기라고 볼 수 있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2011/09/21 09:48 2011/09/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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